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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김기택 - 사무원 정리 및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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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택 사무원

 

이른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간접화법 - 화자의 감정을 배재하고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방법

그는 의자 고행을 했다고 한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힘겨운 업무 - 한 사무원의 일상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말 / 고행 : 육신을 괴롭히고 고뇌를 견뎌 내는 수행(修行)

<제일 먼저 출근하여 제일 늦게 퇴근할 때까지

그는 자기 책상 자기 의자에만 앉아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그가 서 있는 모습을 여간해서는 볼 수 없었다고 한다.>

➥< > : 하루 종일 앉아서 근무하는 사무원의 모습

<점심시간에도 의자에 단단히 붙박여

보리밥과 김치가 든 도시락으로 공양을 마쳤다고 한다.>

➥절에서, 음식을 먹는 일. - 한 사무원의 일상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말

➥< > :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여유도 없이 단지 끼니를 때울 뿐인 점심시간

그가 화장실 가는 것을 처음으로 목격했다는 사람에 의하면

놀랍게도 그의 다리는 의자가 직립한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는 하루 종일 손익관리대장경과 자금수지심경 속의 숫자를 읊으며

➥의자 고행 ①

철저히 고행업무 속에만 은둔하였다고 한다.

➥한 사무원의 일상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말

종소리 북소리 목탁소리로 전화벨이 울리면

수화기에다 자금현황 매출원가 영업이익 재고자산 부실채권 등등

➥‘그’의 업무는 회사의 재무 분야에 관한 것임을 알 수 있음

청아하고 구성지게 염불했다고 한다.>

➥업무에 관한 전화 통화 내용을 빗댄 것(한 사무원의 일상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말)

➥< > : 매일 매일 반복되는 업무

끝없는 수행정진으로 <머리는 점점 빠지고 배는 부풀고

커다란 머리와 몸집에 비해 팔다리는 턱없이 가늘어졌으며

오랜 음지의 수행으로 얼굴은 창백해졌지만>

➥< > :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중년 사무원의 전형적인 체형

그는 매일 상사에게 굽실굽실 108배를 올렸다고 한다.

➥의자 고행 ② - 관료 사회 안에서 상사에게 무조건적으로 충성하고 아첨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풍자적으로 드러낸 구절(직장 상사에게 굽실거리며 복종하는 그의 태도를 부처께 절을 올리는 승려의 모습에 빗댄 것)

수행에 너무 지극하게 정진한 나머지

<전화를 걸다가 전화기 버튼 대신 계산기를 누르기도 했으며

귀가하다가 지하철 개찰구에 승차권 대신 열쇠를 밀어 넣었다고도 한다.>

➥< > : 반복되는 업무가 습관적으로 몸에 배어 모든 생활을 지배할 정도가 됨

이미 습관이 모든 행동과 사고를 대신할 만큼

깊은 경지에 들어갔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30 년 간의 장좌불립'이라고 불렀다 한다.

➥의자 고행 ③

그리 부르든 말든 그는 전혀 상관치 않고 묵언으로 일관했으며

다만 혹독하다면 혹독할 이 수행

➥힘든 노동, 과중한 업무

외부압력에 의해 끝까지 마치지 못할까 두려워했다고 한다.

➥정년이 되기 전에 직장에서 해고당하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

그나마 지금껏 매달릴 수 있다는 것을 큰 행운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의 통장으로는 매달 적은 대로 시주가 들어왔고

➥월급

시주는 채워지기 무섭게 속가의 살림에 흔적 없이 스며들었으나

➥저축할 여유도 없이 생활비로 모두 탕진되는 월급

혹시 남는지 역시 모자라는지 한 번도 거들떠보지 않았다고 한다.

오로지 의자 고행에만 더욱 용맹정진했다고 한다.

➥의자 고행 ④(자신의 회사 업무에 더욱 열심히 임했다는 의미)

<그의 책상 아래에는 여전히 다리가 여섯이었고

둘은 그의 다리 넷은 의자다리였지만

어느 둘이 그의 다리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한다.>

➥< > : 현대 사회의 인간의 사물화(인간 소외)와 주체성 상실의 현상을 풍자적으로 비판

 

해제 : 이 시는 현대 사회에서 사무직 노동자들이 겪는 노동 소외 현상을 다룬 작품이다. 화자는 '~다고 한다'는 식의 인용투를 활용하여 한 사무원의 일상을 전달하듯 묘사하고 있다. 이 시가 지닌 가장 큰 특징은, 별다를 것도 없는 사무직 노동자의 업무와 행동을 마치 승려의 고행인 듯 숭고하게 그리는 표현 전략이라고 하겠다. 이는 성스러운 가치와 세속적 가치의 자리를 뒤바꿔 낯설게 표현함으로써 일상의 비루함을 한층 강조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사무원은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라고 할 수 있는데, 시적 화자는 사무원을 향해서는 연민의 태도를, 그리고 인간을 자신의 노동으로부터 소외시키는 사회 체제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풍자의 태도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비판적

특징:① 불교 용어를 사용하여 비극적 현실에 대한 풍자(반어)를 하고 있다. ② 사무실에서의 일상을 종교적 수행 과정으로 비유함으로써 현대 사회 인간의 사물화와 주체성 상 실을 풍자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③ ‘~ 한다’ 형식의 간접 화법을 통해 진술하고 있다.

④ 성스러운 가치와 세속적 가치의 자리를 뒤바꿔 낯설게 표현함으로써 일상의 비루함을 한층 강조 하는 효과를 얻음

⑤ 사무원을 향해서는 연민의 태도를, 그리고 인간을 자신의 노동으로부터 소외시키는 사회 체제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풍자의 태도를 지님

⑥ 사무원은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라고 할 수 있음

주제 : 사무원의 소외된 노동과 삶/현대 사회의 인간 소외 현상에 대한 풍자적 비판

 

▣ 구성

1~9 행: 끊임없이 의자 고행을 하는 사무원

10~25 행: 고행이 이미 습관이 되어 버린 사무원

26~36 행: 생계의 노예가 되어 고행을 계속하는 사무원

 

이해와 감상

어느 평범한 ‘사무원’의 일상을 ‘의자 고행’이라는 알레고리를 사용하여 표현함으로써, 현대 사회의 인간 소외와 탈개성화 현상을 풍자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객관적 화자가 등장하여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진술하는 방식은, 인간의 사물화라는 사태를 냉정하게 드러내는 효과적인 방법이 되고 있다. 어느 사무원의 30년간의 반복된 일상의 모습은 30년간의 장좌불립이라는 말로 풍자된다. 그는 아침 그는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일을 해야만 했기에, 그것은 가히 ‘의자 고행’이라 부를 만하며, 심지어 의자 다리와 그의 다리는 구별할 수 없는 ‘일체’가 되어 버리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또한 매일매일 먹는 도시락은 ‘공양’으로, 하루 종일 반복되는 업무는 ‘은둔’ 혹은 ‘염불’, ‘묵언’ 등의 불교적 용어로써 풍자되며, 상사에 무조건적으로 충성하는 모습 역시 ‘10배’라는 용어를 통해 묘사된다. ‘이미 습관이 모든 행동과 사고를 대신할’ 경지에 이르렀을 만큼 ‘그’는 주어진 업무에 충실했지만, 결국 그에게 남은 것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두려움과 채워지기가 무섭게 비워지는 통장뿐이다. 이러한 일상은 거의 종교적 수행에 가까울 만치 절대적인 것이며, 개인의 주체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러한 풍자와 비판의 초점이 되는 것은 자신의 주체성을 상실하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 함몰된 ‘그’라는 인물이 아니다. 개개인의 개성을 무시하고 ‘그’로 대표되는 이 시대의 수다한 사무원의 일상을 마치 고행에 가까운 것으로 만들어 버린, 현대 사회의 관료적인 체제 그 자체가 이 시의 비판의 초점인 것이다. ‘그’는 이러한 현대 사회의 희생자 중의 한 사람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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