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특강 문학 동행 - 임철우 전문 동행(同行) / 임철우 네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 정문을 지나 백여 미터쯤 들어가면 길은 두 갈래로 나누어지고, 바로 거기 길이 나눠지는 지점에 서 있는 전화박스 곁에서 우리는 만나게 되어 있었다. 내가 너무 일찍 온 걸까.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세 시 오 분 전. 나는 조금 초조해하고 있었다. 집을 나와서 버스를 타고 와 그 자리에 서게 될 때까지 초조함은 줄곧 집요하게 목덜미를 잡아당기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다. 그건 훨씬 이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어젯밤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아니 그보다도 더 먼저, 그러니까 네가 일 년 반만에 처음으로 나타났던 일주일 전의 그 충격적인 밤으로부터 나의 초조함은 이미 시작되었으리라. 너는 마치도 주술적인 힘을 지닌 북소리처럼 어둠 저편.. 수능특강 문학 아우를 위하여 - 황석영 전문 아우를 위하여 / 황석영 뭔가 네게 유익하고 힘이 될 말을 써 보내고 싶다. 네가 입대해 떠나간 이제 와서 우울한 고향 실정이나 우리의 지난 잘잘못을 들어 여기에 열거해 놓자는 건 아니야. 아무 얘기도 못해 주고 묵묵히 너를 전송했던 형의 답답한 마음을 이해하여 주기 바란다. 나는 우리가 지금쯤은 의심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어떤 문제를 확실히 해두고, 또한 장래를 굳게 믿기 위하여 내 연애 이야기를 빌리기로 한다. 너는 십구 년 전에 내가 누구를 사랑한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아마 놀랄 거다. 따져봐. 내 열한 살 때가 아니냐. 에이, 이건 오히려 형의 달착지근한 구라를 읽게 됐군, 하며 던져 버리지 말구 읽어주렴. 너 영등포의 먼지 나는 공장 뒷길들이 생각나니. 생각날 거야, 너두 그 학교를 다녔으.. 수능특강 문학 염상섭 - 임종 전문 수능특강 문학 염상섭 - 임종 전문 [의사가 없으면 약이라두 지어 올 일이지. 사람이 성의가 없어.] 침대 위에 간신히 부축을 하여 일어나 앉은 병인은, 만경에 빠진 사람 같지도 않게 의식이 분명하고, 숨결은 차지마는 말소리도 또랑또랑하다. 병인은 어제부터 새판으로, 입원하기 전에 대었다가 맞지 않는다고 물린 한의(漢醫)를 병원 속으로 불러오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다른 사람은 다 제쳐놓고 자기의 병 중세를 잘 이해하고 의사와 수작이라도 할 만한 아우 명호더러 꼭 가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제 오늘, 두 번을 갔다 오면서 의사가 시골에 출장을 가서 못 만났다고 약도 못 지어 가지고 오는 것을 보니, 툭 건드리기만 하여도 끊어질 듯한 신경만 날카로운 병인은, 자기를 속이는 것만 같고 주위의 모든 사람이 의심.. 수능특강 문학 김유정 - 만무방 전문 만무방 - 김유정 산골에, 가을은 무르녹았다. 아름드리 노송은 삑삑히 늘어박혔다. 무거운 송낙을 머리에 쓰고 건들건들. 새새이 끼인 도토리, 벚, 돌배, 갈잎들은 울긋불긋. 잔디를 적시며 맑은 샘이 쫄쫄거린다. 산토끼 두 놈은 한가로이 마주 앉아 그 물을 할짝거리고. 이따금 정신이 나는 듯 가랑잎은 부수수하고 떨린다. 산산한 산들바람. 귀여운 들국화는 그 품에 새뜩새뜩 넘논다. 흙내와 함께 향긋한 땅김이 코를 찌른다. 요놈은 싸리버섯, 요놈은 잎 썩은 내, 또 요놈은 송이…… 아니, 아니, 가시넝쿨 속에 숨은 박하풀 냄새로군. 응칠이는 뒷짐을 딱 지고 어정어정 노닌다. 유유히 다리를 옮겨 놓으며 이나무 저나무 사이로 호아든다. 코는 공중에서 벌렸다 오므렸다 연신 이러며 훅, 훅. 구붓한 한 송목 밑에 이.. 수능특강 -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전문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 석 제 황만근이 없어졌다. 새벽에 혼자 경운기를 타고 집을 나간 황만근은 늘 들일을 나가면 돌아오는 시각인 저물녘에 돌아오지 않았다. 술을 마시고 취하더라도 열두시가 될락말락한 한밤이면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평생 단 하루 외박한 뒤 돌아왔던 그 시각, 횃대의 닭이 울음을 그치는 아침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마을회관 앞, 황만근이 직접 심어놓은 등나무 덩굴 아래, 직접 짠 평상에 사람들이 모였다. 먼저 이장이 입을 열었다. "만그인지 반그인지 그 바보 자석 하나 따문에 소 여물도 못하러 가고 이기 뭐라. 스무 바리나 되는 소가 한꺼분에 밥 굶는 기 중요한가, 바보 자석 하나가 어데 가서 술 처먹고 집에 안 오는 기 중요한가, 써그랄." 마을에서 연장자 축에 들고 가장.. 수능특강 동동 - 작자미상 정리 및 해제 수능특강 동동 - 작자미상 정리 및 해제 덕으란 곰배에 받잡고 복으란 림배예 받잡고 => 덕일랑 신령님께 바치옵고 복일랑 임에게 바칩니다. 덕이여 복이라 호늘 나오라 호소이다. => 덕이며 복이며 하는 것을 바치러 오십시오. 아으 동동다리 => 후렴구, 북과 그 밖에 악기 소리를 흉내 낸 의성어 서사: 임(임금)의 덕과 복을 기원함. 정월 나릿 므른 아으어져 녹져하논대 => 정월의 냇물을 아아 얼고 녹고 하는데 누릿 가운대 나곤몸하 호올로 녈셔 => 세상 가운데 나서는 이 몸은 홀로 살아가네. => 정월이 되자 얼었다 녹았다 하는 냇물과 임이 오지 않아 가슴이 꽁꽁 얼어붙은 화자가 대조를 이룸. 아으 동동다리 정월령: 홀로 지내는 고독(화자의 고독과 임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 한다. 냇물과 자신의 외로운 .. 수능특강 흥망이 유수하니 - 원천석 정리 및 해제 흥망이 유수하니 만월도 추초ㅣ로다 추초: 망한 고려 왕조를 의미하는 말이다. =>고려 왕조의 멸망을 시각적으로 표현 오백년 왕업이 목적에 부쳐시니 목적: 화자의 무상감을 유발하는 객관적 상관물 => 청각적 이미지가 보인다. 석양 지나는 객이눈물계워하노라 => 화자의 심정 집약 석양: 고려 왕조의 멸망을 의미함. 화자: 고려 왕조를 회고하며 왕조의 멸망을 슬퍼하고 있다. 정서: 쓸쓸함, 인생무상의 정서, 맥수지탄(麥秀之嘆)의 정서가 나타나 있다. 감각적 표현: 고려 멸망의 무상함을 ‘추초(시각적)’, ‘목적(청각적)’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표현: 은유법, 영탄법, 중의법 주제: 망국의 한과 무상감 수능특강 윤동주 - 자화상 정리 및 해제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우물을 혼자 찾아가선 우물: 자아 성찰의 매개체 => 우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기 자신이 보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1연: 우물을 찾아 자아성찰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 우물에 비친 아름다운 풍경들을 감각적으로 묘사함. 파아란 바람: 시적 허용, 공감각적 심상(촉각의 시각화) 2연: 우물 속의 평화로운 정경 그리고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 우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초라함)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 식민지 현실에 무기력한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 미움 3연: 자신에 대한 미움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가엾어집니다. =>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 도로가 들여다보니 그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