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항사 - 박인로 정리 및 해제
박인로의 ‘누항사(陋巷詞)’해설(두산 동아 문학 교과서)
◈ 해설
들어가며 : 이 작품은 한음(漢陰) 이덕형이 누항 생활의 어려움을 묻자, 그에 답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작품의 제목인 ‘누항사(陋巷詞)’에서 ‘누항(陋巷)’은 ‘좁고 지저분하며 더러운 거리’또는 ‘자기가 사는 거리나 동네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로 작품 본문의 내용을 참고할 때 화자의 삶의 터전으로 가난한 처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제목의 의미를 해석하자면 ‘누추한 거리에서 부르는 노래’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럼 화자의 가난한 처지를 드러내는 시어들을 찾고, 그런 현실에 대한 화자의 인식과 화자가 지향하는 삶의 태도를 중심으로 작품을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
◈ 본문 설명
어리고 우활(迂闊)산(사리에 어둡고 세상물정을 잘 모름) 이 우 더니 업다.
: 쉽게 말해 자신이 가장 세상물정에 어둡다는 자책이 드러나 있습니다. 화자의 이같은 자책은 본사 3에서 소 주인에게 당한 수모가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길흉 화복(吉凶禍福)을 하날긔 부쳐 두고,
: 화자의 운명론적 세계관이 드러나 있습니다. 결사의 ‘인간(人間) 어 일이 명(命) 밧긔 삼겨시리.’와 ‘그 밧긔 남은 일이야 삼긴 로 살렷노라.’에도 잘 드러나 있는데 이를 종합해 가난에 대한 화자의 인식을 정리하자면 가난에 대한 운명론적 순응(수용)의 태도가 드러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누항(陋巷) 깁푼 곳의 초막(草幕)을 지어 두고,
: ‘누항 깁푼곳’은 시적 공간으로 삶의 터전을 의미하고, ‘초막’은 화자의 가난한 삶을 드러내는 시어로 본사 3의 ‘와실’에 대응됩니다.
풍조우석(風朝雨夕:궂은 날씨)에 석은 딥(썩은 짚)히 셥(땔감)히 되야,
: 비에 젖어 썩은 짚을 땔감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화자의 궁핍한 처지를 드러냅니다. 밥을 짓기 위해선 금방 타버리는 짚이 아닌 장작을 써야 하지요. 비에 젖은 썩은 짚은 장작 대신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셔 홉 밥 닷 홉 죽(粥)에 연기(煙氣)도 하도 할샤.
: ‘셔 홉 밥 닷 홉 죽’은 초라한 음식으로 화자의 궁핍한 처지를 드러내고, 밥을 지으며 연기가 많이 난다는 것은 비에 젖은 짚을 땔감으로 썼기 때문입니다. 위의 문장과 인과관계로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궂은 날씨에 젖은 짚을 땔감으로 사용함(원인) → 연기가 많이 남(결과)
설 데인 숙냉(熟冷)애 뷘 배 쇡일 이로다.
: ‘숙냉’ 역시 화자의 궁핍한 처지를 드러내는 시어라 할 수 있습니다.
- 화자의 처지를 사자성어로 표현 : 삼순구식(三旬九食 : 삼십 일 동안 아홉 끼니밖에 먹지 못한다는 뜻으로, 몹시 가난함을 이르는 말)
- 화자의 처지를 속담으로 표현 : ‘서발 막대 거칠 것 없다.’, ‘굶기를 밥 먹듯 한다.’
생애 이러다 장부(丈夫) 을 옴길넌가.
: ‘생애’는 앞에서 소개된 화자의 가난하고 궁핍한 삶의 의미하고 아래 ‘빈곤한 인생’으로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장부의 뜻’은 화자가 품고 있는 이상으로 바로 이어지는 내용의 ‘안빈 일념’으로 구체화돼 있습니다.
안빈 일념(安貧一念)을 젹을망정 품고 이셔,
: 가난하지만 화자가 지니고 있는 ‘장부의 뜻’입니다. 화자가 품은 ‘안빈 일념’이란 안분지족, 안빈낙도의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수의(隨宜 : 옳은 일을 좇음)로 살려 니 날로 조차 저어(齟齬 : 어긋나다)다.
: 이상(수의로 살려하니)과 현실(날로 조차 저어하다)간의 괴리감이 드러나 있습니다. ‘수의’(隨宜)란 여기에서 안빈 일념(장부의 뜻)을 의미하는 것으로 가난한 현실로 인해 자신이 뜻하는 바를 실천하기가 어려움을 말하고 있습니다.
【히 부족(不足)거든 봄이라 유여(有餘)며,
주머니 뷔엿거든 병(甁)의라 담겨시랴.】
: 대구를 통해 화자의 가난한 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빈곤(貧困) 인생(人生)이 천지간(天地間)의 나이라.
: 서사에서 화자의 빈곤한 인생을 구체화한 시어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누항 깁푼 곳, 초막, 석은 짚을 땔감으로 사용, 셔 홉 밥 닷 홉 죽, 숙냉, 빈 배
(서사) 화자의 빈곤한 삶과 안빈 일념의 신념
기한(飢寒 : 굶주림과 추위)이 절신(切身)다일단심(一丹心)을 이질가.
: ‘기한이 절신하다.’는 가난으로 인한 화자의 힘겨운 처지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일단심(나라를 생각하는 우국지정)을 잊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어지는 내용은 화자가 지닌 일단심(一丹心)을 몸소 실천한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분의 망신(奮義忘身 : 의에 분발하여 자기 몸을 잊음)야 죽어야 말녀 너겨,
우탁 우랑(于槖于囊 : 군인들이 쓰는 배낭)의 줌줌이 모아 녀코,
병과(兵戈) 오재(五載 : 전쟁, 임진왜란)예 감사심(敢死心 : 죽겠다는 마음 가짐)을 가져 이셔,
이시섭혈(履尸涉血 : 주검을 밟고 피를 건넘)야 몃 백전(百戰)을 지연고.】
【 】: 과거 전쟁에 참전해서 싸웠던 경험(화자가 지니고 있는 일단심(一丹心)을 실천했던 경험)을 회상하고 있습니다.
본사 1 : 과거 임진왜란에 참전했던 경험을 회상함.
일신(一身)이 여가(餘暇) 잇사 일가(一家)를 도라보랴.
: 일신(一身)은 화자 자신을 가리키는 말로 나라를 위해 싸우느라 집안을 돌 볼 여유가 없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일노장수(一奴長鬚 : 긴 수염이 난 종) 노주분(奴主分 : 주인과 종 간의 분수)을 이졋거든,
: 종이 주인과 종 간의 분수를 잊었다는 것은 전쟁 후 혼란한 시대상황을 드러내는 말로 종의 도망, 또는 신분제의 붕괴 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여춘급(告余春及 : 나에게 봄이 왔다고 일러 줌)을 어 사이 각리.
경당문노(耕當問奴 : 밭갈기를 종에게 물음)인 눌려 물고.
궁경가색(躬耕稼穡 : 몸소 밭을 갈고 씨를 뿌리어 곡식을 거둠)이 분(分)인 줄 알리로다.】
【 】: 수염이 난 종이 노주분(奴主分)을 잊어 생겨난 일(결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봄이 왔다고 나에게 일러주는 일과 밭가는 것들은 모두 종이 해야 할 일이지만 ‘일노장수(一奴長鬚) 노주분(奴主分)을 이졋거든,’이라 하여 화자는 현재 그럴만한 형편이 못 됨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화자가 직접 밭을 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노장수(一奴長鬚)가 노주분(奴主分)을 잊음(원인)
↓
고여춘급(告余春及)과 경당문노(耕當問奴)할 종이 없음(결과), (다시 원인이 됨)
↓
궁경가색(躬耕稼穡)해야 하는 처지(결과)
신야경수(莘野耕叟)와 농상경옹(瓏上耕翁)을 천(賤)타 리 업것마,
: ‘신야경수(莘野耕叟)’와 ‘농상경옹(瓏上耕翁)’는 간단하게 말해 들, 밭을 가는 늙은이란 의미로 직접 논밭을 갈아야 하는 화자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므려 갈고젼 어 쇼로 갈로손고.
: 밭을 갈고자 하나 화자에게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바로 소가 없는 것이지요.
본사 2 : 손수 농사를 짓게 됨
【한기태심(旱旣太甚)야 시절(時節)이 다 느즌 졔,
서주(西疇) 놉흔 논애 잠 녈비예】
【 】: 가뭄이 심할 때 적게나마 내리는 비는 참 반갑고 고마운 존재지요. 바로 ‘잠깐 오다가 갠 비’는 한기태심(旱旣太甚)을 일시적으로 해소시켜 농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화자에게 기대감을 갖게 하는 소재라 할 수 있습니다.
도상(道上) 무원수(無源水)를 반만 혀두고,
소주인의 말 ( ) / 화자의 말 ( )
(쇼 젹 듀마) 고 엄섬이 말삼
: 밭을 갈고자 하나 소가 없는 화자에게 소를 빌려주겠다는 말(화자가 이전에 들은 말)은 화자에게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하지만 엉성하게(지나가는 말로) 한 말의 의도를 화자는 알지 못하는 것이지요.
친절(親切)호라 너긴 집의 업슨 황혼(黃昏)의 허위허위 다라 가셔,
: 소주인이 엉성하게 하는 말(지나가는 말로 한 말)을 화자는 소주인의 의도를 알지 못하고 친절하다고 생각하며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서사 처음에 말한 어리고 우활(迂闊)한 모습이라 할 수 있지요. 그래서 소를 빌러 가고 있는 모습이 드러나 있습니다. ‘허위허위(손발 따위를 이러저리 내두르는 모양)’에는 화자의 이러한 기대감, 다급한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다급함에도 달 없는 황혼(黃昏 : 어둠에 자신을 숨길 수 있음)에 찾아가는 화자의 모습에서 양반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구디 다 문(門) 밧긔 어득히 혼자 서셔
큰 기 아함이를 양구(良久)토록 온 후(後)에,】
【 】: 양반으로서 체면을 중시하는 화자의 모습이 드러나 있습니다. ‘허위허위’ 달려가는 화자의 행위와 서로 상충하고 있지요. 소를 빌리는 행위와 양반으로서의 체면 사이의 갈등이 드러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와 긔 뉘신고)(염치(廉恥) 업산 옵노라.)
(초경(初更)도 거읜 긔 엇지 와 겨신고.)
(연년(年年)에 이러기 구차(苟且) 줄 알건마
쇼 업 궁가(窮家)애 혜염 만하 왓삽노라.)】
【 】: 소주인과 화자 간의 대화가 쓰였습니다. 소를 빌려야 하는 화자는 ‘염치(廉恥) 없는’, ‘구차(苟且)한 줄 알지만’, ‘소 없는 궁가(窮家)’라는 표현 등을 사용해 소주인의 동정심에 호소하는 말하기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니나 갑시나 주엄 즉도 다마,
다만 어제 밤의 거넨 집 져 사이,
목 불근 수기치(雉)을 옥지읍(玉脂泣)게 어 고,
간 이근 삼해주(三亥酒)을 취(醉)토록 권(勸)거든,
이러한 은혜(恩惠)을 어이 아니 갑흘넌고.
내일(來日)로 주마 고 큰 언약(言約) 야거든,
실약(失約)이 미편(未便)니 사셜이 어려왜라.)】
【 】: 결론적으로 소주인이 하고 싶은 말은 ‘빌려줄 수 없다.’입니다. 핑계를 대며 거절하고 있고, 우회적 돌려 말하고 있습니다.
◎ 관련 작품
1) 이청준의 ‘눈길’에서 주인공 어머니의 말하기 방식
2) 을지문덕의 ‘여수장우중문시’
神策究天文 (신책구천문) 신기한 책략은 하늘의 이치를 다하였고
妙算窮地理 (묘산궁지리) 오묘한 계책은 땅의 이치를 다하였도다
戰勝功旣高 (전승공기고) 전쟁에서 이긴 공이 이미 높으니
知足願云止 (지족원운지) 만족함을 알고 그만두기를 바라노라.
(실위(實爲) 그러면 혈마 어이고.)
헌 먼덕 수기 스고 측 업슨 집신에 설피설피 물너 오니,
: ‘헌 먼덕’과 ‘측 없는 집신’ 가난 때문에 수모를 당한 화자의 가난한 처지와 초라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앞서 ‘허위허위’ 에 화자의 기대감이 담겨 있었다면 ‘설피설피’(맥없이, 어슬렁어슬렁)에는 화자의 실망감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본사 3에 쓰인 의태어(① 허위허위, ② 설피설피)의 기능 정리
- 화자의 심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냄.
- 양반의 위상이 추락했음(화자의 양반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시어.
- 화자의 모습을 보다 생동감 있게 드러냄.
- ①에서 ②로의 변화에는 화자의 심정 변화가 담겨 있음.
풍채(風採) 저근 형용(形容)애 즈칠 이로다.
: 개 짖는 소리 역시 ‘헌 먼덕’, ‘측 없는 집신’처럼 화자의 초라함을 부각시키는 소재라 할 수 있습니다.
본사 3 : 소를 빌리러 갔다가 수모만 당하고 돌아옴
<SPAN style="FONT-SIZE: 9pt; COLOR: #ff0000; LINE-HEIGHT: 200%">(화자가 현실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자신이 품고 있던 이상을 추구하게 하는 계기가 됨)
수모를 당한 이유 - 야박한 인심(세태), 화자가 세상 물정에 어두웠기 때문</SPAN>
와실(蝸室)에 드러간 잠이 와사 누어시랴.
: 화자의 상황을 생각할 때 다양한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농사에 대한 걱정, 수모를 당한 것에 대한 참담함 등이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북창(北牕)을 비겨 안자 배 기다리니,
무정(無情)한 대승(戴勝)은 이 한(恨)을 도우다.
: ‘대승(戴勝)’은 농사의 때를 알리는 새로 대승(戴勝)의 울음은 소가 없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화자에게 자신의 심정과 처지를 몰라주는 무정(無情)한 대상이요, 화자의 서러움을 심화시키는 소재라 할 수 있습니다.
【종조추창(終朝惆悵 : 밤이 새도록 슬퍼하다.)야 먼 들흘 바라보니,
즐기 농가(農歌)도 흥(興) 업서 들리다.】
【 】: 대조를 통해 화자의 처지와 심정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와실(안) | ↔ | 들(밖) |
화자 | 대조 | 농부 |
슬픔, 한(恨) | 즐거움, 흥(興) |
세정(世情) 모 한숨은 그칠 줄을 모다.
: 세상의 인심을 잘 몰라 수모를 당한 자신의 처지에 대해 한탄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한탄에는 야박한 인심(세태)에 대한 한탄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온 져 소뷔 볏보님도 됴세고.
가시 엉긘 묵은 밧도 용이(容易)케 갈련마,
허당 반벽(虛堂半壁)에 슬업시 걸려고야.】
【 】: ‘소뷔’는 쟁기로 소가 없으면 아무 쓸모가 없는 물건이지요. ‘소뷔’를 통해 아쉬움과 미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관련 작품
- 정철의 ‘속미인곡’ 中
강江텬天의 혼쟈 셔서 디 구버보니 님다히 쇼消식息이 더옥 아득뎌이고. 모茅쳠簷 자리의 밤듕만 도라오니 반半벽壁쳥靑등燈은 눌 위야 갓고.
춘경(春耕)도 거의거다 후리쳐 더뎌 두쟈.
: 하지만 미련도 잠시 화자는 소도 없는 마당에 더 이상 춘경(春耕)에 미련 두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이 작품은 다음과 같은 큰 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현실(가난한 삶, 먹고 살기 힘든 현실)과 이상(안빈일념, 강호 한 꿈)과의 괴리감(=갈등)
↓
먹고 살기 바쁘다보니 이상보다는 현실을 연연하는 삶을 살아감.
↓
소가 없어 끝내는 농사를 포기하고(=현실에 연연하던 삶을 버리고) 자신이 품고 있던 이상을 추구함.
본사 4 : 야박한 세태를 한탄하며 춘경을 포기함.
【강호(江湖) 을 언지도 오러니,
구복(口腹)이 위루(爲累)야 어지버 이져다.】
【 】: ‘강호(江湖) 한 꿈’은 자연과 더불어 살겠다는 화자의 이상을 의미합니다. 화자가 지니고 있던 이상이라는 의미에서 본다면 서사의 ‘안빈 일념’과도 통한다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먹고 사는 것이 힘들다 보니 다 잊고 있었음을 말하며 이상(강호 한 꿈)과 현실(구복이 위루하여)간의 괴리감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구복(口腹)이 위루(爲累)하여’와 관련 속담 :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첨피기욱(瞻彼淇燠)혼 녹죽(綠竹)도 하도 할샤.
유비군자(有斐君子)들아 낙 나 빌려라.
노화(蘆花) 깁픈 곳애 명월 청풍(明月淸風) 벗이 되야,
님 업 풍월강산(風月江山)애 절로절로 늘그리라.】
【 】: 먹고 살기 힘들어 잊고 있었던 화자의 소망인 강호의 한 꿈(자연과 벗하고자 하는 소망)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가 드러나 있습니다. ‘낙대’(낚시)는 자연을 즐기는 풍류의 수단이라 할 수 있고, ‘명월청풍(明月淸風)’과 ‘풍월강산(風月江山)’은 자연을 의미하는 시어들이자 자연 친화적인 삶에 대한 화자의 소망을 드러내는 시어라 할 수 있습니다.
【무심(無心)한 백구(白鷗)야 오라 며 말라 랴.
다토리 업슬 다문 인가 너기로라.】
【 】: 백구(白鷗)는 갈매기로 자연을 의미하는 대상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백구(白鷗)에게 말을 건넴으로서 대상에 대한 친근감 곧 자연 친화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백구(白鷗)를 무심(無心 : 욕심이 없는)해 다투지 않는 존재로 그리고 있는데, 그런 것이 다만 이뿐이라고 하여 욕심으로 서로 다투는 각박한 세태에 대한 은근한 비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결사 1 : 자연 친화적 삶의 태도에 대한 의지(소망)
무상(無狀)한 이 몸애 무 지취(志趣) 이스리마,
두세 이렁 밧논를 다 무겨 더뎌 두고,
이시면 죽(粥)이오 업시면 굴물망졍,
남의 집 남의 거슨 전혀 부러 말렷스라.
【 빈천(貧賤) 슬히 너겨 손을 헤다 물너가며,
남의 부귀(富貴) 불리 너겨 손을 치다 나아오랴.】
【 】: 대구와 대조를 통해 빈천(貧賤)과 부귀(富貴)에 대한 화자의 인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관련작품
정극인의 ‘상춘곡’ 中
功名(공명)도 날 우고, 富貴(부귀)도 날 우니, 淸風明月(청풍 명월) 外(외)예 엇던 벗이 잇올고. 簞瓢陋巷(단표 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 . 아모타, 百年行樂(백년 행락)이 이만 엇지리.
인간(人間) 어 일이 명(命) 밧긔 삼겨시리.
: 세상의 모든 일은 운명에서 비롯됐다는 화자의 운명론적 세계관이 드러나 있습니다. 인간의 모든 일에는 현재 화자의 가난하고 궁핍한 처지도 포함되므로 이 같은 말 속에는 가난에 대한 화자의 운명론적 순응(수용)의 태도가 드러나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빈이무원(貧而無怨)을 어렵다 건마
생애(生涯) 이러호 설온 은 업노왜라.】
【 】: 빈이무원(貧而無怨), 곧 가난하지만 원망하지 않는 삶은 가난에 대한 화자의 인식이 단적으로 드러난 말이자 동시에 화자가 추구하고자 하는 두 번째 삶의 자세라 할 수 있습니다. 화자는 자신의 생애, 처지가 가난으로 힘겹지만 서러운 마음은 없다고 하여 빈이무원(貧而無怨)의 삶의 자세를 실천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단사표음(簞食瓢飮)을 이도 족(足)히 너기로라.
평생(平生) 이 온포(溫飽)애 업노왜라.】
【 】: 의미상 ‘단사표음’(簞食瓢飮 : 가난 또는 소박한 삶)과 ‘온포’(溫飽 : 따뜻하고 배부름, 세속적 부귀영화)는 대조적이라 할 수 있고, 단사표음(簞食瓢飮)은 위의 ‘내 빈천(貧賤)’에 온포(溫飽)는 위의 ‘남의 부귀(富貴)’에 각각 대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단사표음을 이도 족(足)히 너기로라’며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삶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관련작품
정극인의 ‘상춘곡’ 中
功名(공명)도 날 우고, 富貴(부귀)도 날 우니, 淸風明月(청풍 명월) 外(외)예 엇던 벗이 잇올고. 簞瓢陋巷(단표 누항)에 흣튼 혜음 아니 . 아모타, 百年行樂(백년 행락)이 이만 엇지리.
【태평천하(太平天下)애 충효(忠孝)를 일을 삼아
화형제(和兄弟) 신붕우(信朋友) 외다 리 뉘 이시리.】
【 】: 화자가 추구하는 세 번째 삶의 자세입니다. 임금께 충성하고, 형제와 화목하게 지내며 친구와 신의를 지니는 등 유교적 이념을 실천하는 삶에 대한 의지가 드러나 있습니다.
그 밧긔 남은 일이야 삼긴 로 살렷노라.
<SPAN style="FONT-FAMILY: '바탕체'">: ‘그 밖의 남은 일’이란 결사에서 화자가 추구하고자 하는 세 가지의 삶의 자세(자연 친화적 삶, 빈이무원의 삶, 유교적 이념의 실천)를 제외한 것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셋을 제외하고는 태어난 대로 살아가겠다며 운명론적 순응의 태도로 작품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같은 표현 속에는 결사에 제시된 화자가 지향하는 삶에 대한 실천 의지가 담겨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결사 2 : 빈이무원(貧而無怨)의 삶과 유교적 이념에 대한 실천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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