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 참회록 정리 및 해석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 역사의 쇠망. 흐려진 민족혼, 구리거울 - 자아성찰의 보조물. '나'자신이기도 함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 욕된 자아상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 역사적 자아로서의 나, 역사적 자아로서의 수치스런 존재
이다지도 욕될까.
=> 나에 대한 역사적 반성 - ①무능한 조상에 대한 반감. ②무능한 자신에 대한 혐오.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 사 년 일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 나의 지난 생애에 대한 참회 - 욕된 삶이었으므로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 광복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첫 번째 고백을 질책하는 참회의 글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 오늘의 고백에 대한 미래의 참회 - 적극적 대응의 부재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 시대상황, 자아의 참모습이 나타나는 때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 현실의 어둠 속에서 자아 성찰 온몸(제유)아픈 자기 성찰. 역사의 양심을 밝히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 ①생명의 잔해, ②절망 암흑의 상황,(별 - 순수 밝음의 세계) ③이상 세계의 동경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 망국의 한을 지닌 부끄러운 자아의 모습. 망국의 슬픈 이미지. 순교자, 속죄양. 희생의 길을 걷는 화자의 모습을 나타냄.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 암담한 상황 속의 자아상 - 현실 인식에 대한 좌절감으로
▶ 시어 풀이
- 얼굴, 유물 : 욕된 자아의 모습
-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주리자: 부끄러운 삶을 산 것을 길게 참회할 필요가 없다고 함
- 그 어느 즐거운 날에 : 광복의 날
- 부끄런 고백을 했든가.: 역사적 난제를 풀지 못했다는 자책감
- 녹 : ① 민족 : 치욕의 역사, ② 개인 : 소극적 삶
- 운석 : 별똥별 (이 별이 지면 죽음을 부른다고 믿는) - 생명력 상실, 절망, 암흑의 의미
* 광복 6개월을 앞두고 그는 감옥에서 쓸쓸히 죽어간다. 이 작품은 자신의 앞날을 미리 내다본 듯한 느낌을 준다.
* 제갈공명도 진중에서 운석이 지고 난 뒤 병으로 세상을 뜬다.
-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망국민의 슬픈 이미지
시상 전개 : 시간의 흐름
* 감상 : 식민지하의 백성으로서 욕된 삶에 대한 자책과 참회, 조국 광복에의 희구를 표현한 시이다. 자아 성찰적 자세와 미래지향적 의지가 잘 나타나 있다.
* 어조 : 자아 성찰적, 고백적
* 구성
제1연 : 역사인식에서 발견된 욕된 자아의 모습
- 망국민의 모습
제2연 : 너무나 부끄러운 과거이기에 길게 참회할 필요조차 없음
- 1연과 인과관계에 놓임
제3연 : 과거의 좌절감에 대한 힐책의 또 다른 참회
- 암담한 상황을 타개하지 못한 것에 대한 참회
- 그 어느 즐거운 날 : 조국의 광복
제4연 : 자아반성을 통한 결의
- 자신의 채찍질을 통한 지향
제5연 : 암담한 상황 속에 살아가는 미래의 모습 형상화
* 주제 : 역사 속에서의 자아 성찰
[감상]
이 작품에서의 거울은 제1연에서 보듯 역사의 유물로 남겨진 구리 거울(銅鏡)이자, 제 4연에서 보듯 '나의 거울'이다. 그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며 그 유물 자체가 바로 '나'이기도 하다. 거울을 대한다는 것은 자기 성찰을 위한 일인데, 시인이 마주한 거울은 조선 왕조의 유물이기에 우리 역사에 대한 참회를 동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욕된 현재를 참회하고 '그 어느 즐거운 날에' 지난 일이 부끄러웠다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쓸 수 있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은 곧 4연에 나타난 끊임없는 자기 성찰의 노력일 수밖에 없다. 투철한 역사 의식(歷史意識)을 동반한 끊임없는 자기 성찰(참회)을 통해서 비로소 구리 거울은 미래로 향할 길을 비추어 주는 것이다.
[윤동주 시의 부끄러움]
실상 윤동주의 시에는 많은 부끄러움의 증상이 드러나고 있다. 그의 이러한 부끄러움은 대부분 '욕됨 / 미움 / 괴로움' 등의 정감과 공유적 정서로 연결되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부끄러움의 결벽증은 스스로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과 반성, 그리고 그에 따르는 자기 혐오와 연민의 순수 의식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산 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로 시작되는 <자화상>에서 보여 주는 "미움 / 가엾음 / 그리움'의 변증법적 자기 인식과 사랑을 윤동주의 순결벽이 빚어낸, 청순한 젊음의 고뇌와 생래적 부끄러움의 변용적 실체인 것이다.
이처럼 윤동주의 시는 실향 의식과 상실감에서 모티브가 비롯되며, 존재론적 자기 인식과 정서에서의 변증법적 고뇌가 순결벽과 충돌하는 데서 부끄러움이라는 시적 정서의 실체를 획득하게 된다.
―정한모, '동주 시의 특질과 시사적 의의'(한국 현대시의 정수, 서울대 출판부, 1981)
[작품 해설]
이 시는 암울한 시대에 욕된 삶을 사는 자신을 성찰하고 참회하는 작품으로 자문(自問)하는 형식 속에 지식인의 양심적 자세를 담고 있다. 24세의 청년 시절(1942. 1.24)에 쓴 작품으로 이와 같이 냉철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자기 자신을 동양적 윤리관에 입각하여 철저히 분석, 해체한 점에서 그의 깊은 정신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시적 화자는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그 속에서 '왕조의 유물'과 '내 얼굴'을 발견한다. 이 '거울'은 그 자체가 '나'이면서 나를 비춰 주는 거울로, 그는 거울을 통해 과거의 삶을 성찰하고 참회할 뿐 아니라, '그 어느 즐거운 날'인 미래에 비추어 현재의 부끄러움을 깨닫고 있다. 그러므로 이 시에서의 거울은 단순히 내면적 자아 성찰의 도구가 아니라, 역사 인식의 매개물이요 미래 전망의 창구(窓口)가 되는 것이다.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비춰진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 보던 화자는 조국의 잘못된 역사를 발견하고 자신에 대해 욕됨을 느낀다. 그리하여 그는 아무런 기쁨 없이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삶에 대해 참회의 글을 쓰는 한편, 조국 광복이 된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또다시 써야 할 참회록을 생각한다. 미래에 쓸 참회록이란 식민지라는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자기 노력도 없이 현실의 고통만을 토로한 앞의 참회록을 쓴 자신의 행위에 대한 반성의 글이다. 그러므로 이 시의 주제는 투철한 역사 의식을 동반한 끊임없는 자아 성찰이다.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는 구절은 바로 이러한 자아 성찰의 자세가 극명히 나타난 것으로, 온몸을 바쳐 자신을 꾸준히 되돌아보겠다는 의지가 내포되어 있다. 그렇게 하여 절망과 암흑의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 슬픈 사람'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 화자는 마침내 욕된 역사에 대한 책임 의식과 철저한 자기 참회의 실존적 자아 성찰을 통해 조국과 민족을 위한 삶의 좌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운석'은 별똥별을 일컫는 것으로 흔히 죽음을 연상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 구절에 담겨 있는 화자의 자기 인식은 매우 우울하고 비극적이라 할 수 있는 한편, 이 시가 일본으로 건너가기 직전에 쓴 작품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자신의 운명을 예견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감동적이다. 그는 일본에서 독립 운동을 하다 체포되어 2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조국 독립을 6개월 앞두고 옥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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