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선상탄-박인로

728x90
반응형

선상탄(船上嘆)
박인로
 
작품 해제
작자가 임진왜란 후, 통주사(統舟師)로 부산에 와서, 왜적인 물러갔으나 태평 시대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우국충정을 노래한 작품이다. ‘선상탄이 창작된 시기인 1605년은 우리 민족이 참혹한 피해를 입은 전란인 임진왜란이 종료된 지 7년밖에 지나지 않은 해로서, 악화된 대일 감정이 지속되고 있던 때이다. 문화 민족의 자부심에 상처를 입힌 왜적에 대한 적개심과 연군(戀君)의 정, 그리고 태평성대에 대한 간절한 희구가 여실히 드러나 있다. 이 작품은 가사가 개인의 서정이나 사상의 표출만이 아니라,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려는 민족적 정서를 대변할 수도 있는 문학 양식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늘고 ()든 몸을 舟師(주사)로 보, 乙巳(을사) 삼하(三夏)鎭東營(진동영)려오니, 關方重地(관방 중지)()이 깊다 안자실랴. 一長劍(일장검) 비기 兵船(병선)에 구테 올나, 勵氣瞋目(여기 진목)對馬島(대마도)을 구어보니, 람 조친 黃雲(황운)遠近(원근)에 사혀잇고, 아득滄波(창파)긴 하빗칠쇠.
 
구절 풀이
* 늘고 병()든 몸을 ~ : 임금에 대한 충성심과 자신의 현재 상황을 드러낸 표현 * 주사(舟師) : 수군(水軍) 통주사(統舟師) * 을사(乙巳) : 선조 38(1605) * 삼하(三夏) : 여름 석 달의 뜻. 각 계절을 맹(), (), ()로 구분하였기에 삼()자를 붙임 * 진동영 : 동쪽을 지키는 군영, 지금의 부산 * 관방중지(關方重地)~ 안자실랴 : 변방을 지키는 군인의 나라를 위한 바른 자세를 나타내는 표현 * 관방중지(關方重地) : 변방의 중요한 땅 * 비기 : 비스듬히 차고 * 구테 : 구태여, 굳이 * 여기진목(勵氣瞋目) : 기운을 돋우고 눈을 부릅뜨다. 왜적에 대한 적개심의 표현 * 람 조친 ~ 사혀 잇고 : ‘황운(黃雲)’전운(戰雲)’의 비유로 아직도 전쟁 중임을 드러냄 * 람 조친 : 바람을 따르는 * 황운(黃雲) : 전운(戰雲)’의 비유 * 빗칠쇠 : 같은 빛일세
 
현대어 풀이
늙고 병든 몸을 통주사로 삼으셔서 을사년 여름에 진동영으로 내려오니, 변방의 중요한 요새지에서 병을 핑계로 앉아만 있겠는가? 긴 칼을 비스듬히 차고 병선에 굳이 올라가 힘을 다하여 눈을 부릅뜨고 대마도를 굽어보니, 바람을 따르는 황운은 원근에 쌓여 있고 아득한 창파는 긴 하늘과 같은 빛이로구나.
 
 
船上(선상)徘徊(배회)古今(고금)思憶(사억)고 어리 미친 懷抱(회포)軒轅氏(헌원씨)를 애노라. 大洋(대양)茫茫(망망)天地(천지)예 둘려시니, 진실로 아니면 風波萬里(풍파만리) 밧긔 어四夷(사이) 엿볼넌고. 무슴 일 못기를 비롯. 萬世千秋(만세 천추)업슨 큰 폐되야, 普天之下(보천지하)萬民怨(만민원) 길우.
 
구절 풀이
* 사억(思憶) : 생각, 회상 * 어리미친 ~ 노라 : 어리석고 미친 생각으로는 처음 헌원씨가 배를 발명했기에 이러한 전란을 초래하였음을 안타깝게 여김 * 어리미친 : 어리석고 미친 * 회포(懷抱) : 마음속에 품은 생각 * 헌원씨(軒轅氏) : 중국 고대의 전설적인 황제(皇帝)의 이름. 처음으로 곡물 재배를 가르치고 문자, 음악, 도량형 등을 정했다고 함 * 대양(大洋)~ 엿볼넌고 : 넓고 큰 바다가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으니, 만일 배가 없었다면 어떤 오랑캐가 감히 우리나라를 넘볼 수 있겠느냐? * 둘려시니 : 둘려 있으니 * 사이(四夷) : 사방의 오랑캐 * 못기 : 만들기 * 비롯 : 시작했는고 * 업슨 : 끝없는 * 보천지하(普天之下) : 넓은 하늘 아래. 온 세상 * 만민원(萬民怨) : 만백성의 원한 * 길우: 기른다. 조장(助長)한다
 
현대어 풀이
배 위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옛날과 지금을 생각하고 어리석고 미친 마음에 배를 처음 만든 헌원씨를 원망스럽게 여기노라. 바다가 아득히 넓게 천지에 둘려 있으니, 참으로 배가 아니면 풍파가 심한 만 리 밖에서 어느 오랑캐(왜적)가 엿볼 수 있을 것인가? 무슨 일을 하려고 배 만들기를 시작했는고? (그것이) 오랜 세월에 끝없는 큰 폐단이 되어 온 천하에 만백성의 원한을 기르고 있도다.
 
 
어즈버 라니 秦始皇(진시황)의 타시로다. 비록 잇다 ()를 아니 삼기던들, 日本(일본) 對馬島(대마도)로 뷘졀로 나올넌가. 뉘 말을 미더 듯고 童男童女(동남 동녀)를 그도록 드려다가, 海中(해중) 모든 혐에 難當賊(난당적)을 기쳐두고, 痛憤(통분)羞辱(수욕)華夏(화하)애 다 밋나다. 長生(장생) 不死藥(불사약)을 얼나 어더, 萬里長城(만리 장성) 놉히 사고 몃 萬年(만년)을 사도. 로 죽어가니 有益(유익)줄 모도다. 어즈버 徐巿(서불) 등이 已甚(이심). 人臣(인신)이 되야셔 亡命(망명)것가. 神仙(신선)을 못보거든 수이나 도라오면, 舟師(주사) 이 시럼은 젼혀 업게 삼길럿다.
 
구절 풀이
* 어즈버 : , 슬프다 * 라니 : 깨달으니 * 삼기던들 : 생기게 하였던들. 만들었던들 * 졀로 나올넌가 : 저절로 나올 것인가? * 동남동녀(童男童女) : 총각과 처녀 * 도록 드려다가 : 그토록 데려다가 * 난당적(難當賊) : 감당하기가 어려운 도적 * 기쳐 : 끼치어, 남기어 * 통분(痛憤) : 원통하고 분함 * 수욕(羞辱) : 수치와 모욕 * 화하(華夏) : 중국 * 밋나다 : (영향 등을) 미친다(‘의 의미) * 놉히 사고 : 높이 쌓고 * 사도: 살았던가 * : 남들처럼 * 서불(徐市) : 진시황 때의 술객(術客), 서복(徐福)이라고도 함. 진시황의 불사약을 구하기 위해 배를 타고 떠났음. 옛날 중국영화 진용이라는 작품에 잘 묘사됨 * 이심(已甚) : 매우 심함 * 인신(人臣) : 신하 * 시럼 : 근심 * 삼길럿다 : 생겼겠다
 
현대어 풀이
! 깨달으니 진시황의 탓이로다. 배가 비록 있다고 하더라도 왜족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일본 대마도로부터 빈 배가 저절로 나올 것인가? 누구의 말을 곧이듣고 동남동녀를 그토록 데려다가 바다의 모든 섬에 감당하기 어려운 도적을 만들어 두어, 통분한 수치와 모욕이 중국에까지 미치게 하였는가? 장생 불사약을 얼마나 얻어 내어 만리장성을 높이 쌓고 몇 만 년을 살려고 하였던가? 아무리 그리 했어도 남들처럼 죽어 갔으니 유익한 줄 모르겠구나. ! 생각하니 서불의 무리가 너무 심하구나. 신하의 몸으로 망명하여 도주해도 되는 것인가? 신선을 만나지 못했거든 쉽게나 돌아왔으면 나의의 이 근심은 전혀 생기지 않았을 것 아니겠는가.
 
 
두어라 旣往不咎(기왕 불구)라 일너 무엇 로소니. 쇽졀업슨 是非(시비)를 후리쳐 더뎌 두쟈. 潛思覺悟(잠사 각오)니 내 固執(고집)고야. 黃帝(황제) 作舟車(작주거)왼 줄도 모로다. 張翰(장한) 江東(강동)秋風(추풍)을 만나신들, 扁舟(편주) 곳 아니타면 天淸海濶(천청 해활)다 어()이 졀로 나며, 三公(삼공)도 아니 밧골 第一江山(제일 강산), 浮萍草(부평초) 어부 生涯(생애)一葉舟(일엽주) 아니면 어부쳐 .
 
구절 풀이
* 기왕 불구(旣往不咎) : 이미 지난 일을 탓하지 않음 * 일너 : 말해 * 후리쳐 더뎌 : 팽개쳐 던져 * 잠사각오(潛思覺悟) : 깊이 생각하고 깨달음 * : 그릇된 * 장한(張翰) : 중국 진()나라 때 사람으로 왕이 대사마를 삼았는데 가을바람이 불자 고향의 농어회가 그리워 벼슬을 그만두고 낙향했다고 함 * 편주(扁舟) : 작은 배 * 천청 해활(天淸海濶) : 하늘이 맑고 바다가 넓음 * 삼공(三公) : 삼정승.(영의정, 좌의정, 우의정) * 밧골 : 바꿀 * 일엽주(一葉舟) : 자그마한 배 * 부쳐 : 맡겨 다니겠는가?
 
현대어 풀이
그만 두어라. 이미 지난 일은 탓하지 않는 것이라는데 말해 무엇 하랴? 아무 소용이 없는 시비를 팽개쳐 던져 버리자. 깊이 생각하여 깨달으니 내 뜻도 고집스럽구나. 황제가 처음으로 배와 수레를 만든 것이 그릇된 줄을 모르겠구나. 장한이 강동으로 돌아가 가을바람을 만났다고 한들 편주를 타지 않으면 하늘이 맑고 바닥 넓다고 해도 어느 흥이 저절로 나겠으며, 삼공과도 바꾸지 않을 만큼 경치가 좋은 곳에서 부평초 같은 어부의 생활을 자그마한 배가 아니면 어디에 의지하여 다니겠는가?
 
 
일언 닐 보건  삼긴 制度(제도)至妙(지묘)다마, 엇디우리물은  板屋船(판옥선)晝夜(주야)의 빗기 , 臨風咏月(임풍 영월)()이 젼혀 업게오. 昔日(석일) 舟中(주중)杯盤(배반)狼藉(낭자)터니, 今日(금일) 舟中(주중)大劍長槍(대검장창)이로다. 가지 언마가진 다라니, 其間(기간) 憂樂(우락)이 서로 지 못도다.
 
구절 풀이
* 삼긴 : 생긴. 만든 * 엇디: 어찌하여 * 물은 : 무리는 *  : 나는 듯한. 빠른 * 판옥선(板屋船) : 널빤지로 만든 배 * 빗기 : 비스듬히 * 임풍 영월(臨風咏月) : 바람과 달을 보며 시를 짓고 놂 * 석일(昔日) ~ 낭자(狼藉)터니 : 소동파(蘇東坡)전적벽부(前赤壁賦)’의 내용을 연상한 것이다 * 석일(昔日) : 옛날, 소동파가 적벽강에서 놀던 때 * 배반(杯盤) : 술잔과 쟁반. 술상 * 낭자(狼藉) : 원뜻은 이리의 잠자리란 뜻. 마구 흩어져 있어 어지러움 * 금일(今日) : 오늘날 * 가지 언마: 똑같은 배이지마는 * 다라니 : ~ 바가 다르니
 
현대어 풀이
이런 일을 보면, 배를 만든 제도가 매우 묘한 듯도 하다마는, 어찌하여 우리들은 날듯이 빠른 판옥선을 밤낮으로 비스듬히 타고 풍월을 대하여 읊되 흥이 전혀 없는 것인가? 옛날의 배 안에는 술상이 어지럽더니 오늘날의 배 안에는 큰 칼과 긴 창뿐이로구나. 똑같은 배건마는 가진 바가 다르니 그 사이의 근심과 즐거움이 서로 같지 못하도다.
 
 
時時(시시)로 멀이 드러 北辰(북신)라보며, 傷時(상시) 老淚(노루)天一方(천일방)의 디이. 吾東方(오동방) 文物(문물)漢唐宋(한당송)애 디랴마, 國運(국운)不幸(불행)海醜兇謀(해추흉모)萬古羞(만고수)을 안고이셔, 百分(백분)가지도 못시셔 려거든, 이 몸이 無狀(무상) 臣子(신자)되야 이셔다가, 窮達(궁달)이 길이 달라 몬 뫼고 늘거신, 憂國丹心(우국 단심)이야 어()애 이즐넌고.
 
구절 풀이
* 멀이 : 머리[] * 북신(北辰) : 북극성. 임금이 계신 곳 * 상시(傷時) ~ 디이: 시대를 슬퍼하는 늙은이의 눈물을 하늘 한쪽에 지게하다 * 상시노루(傷時老淚) : 시국을 근심하는 늙은이의 눈물 * 오동방(吾東方) : 우리나라 * 해추흉모(海醜兇謀) : 왜적의 흉악한 꾀 * 만고수(萬古羞) : 천추에 씻을 수 없는 부끄러움 * 무상(無狀) : 변변치 못함, 보잘 것 없는 * 궁달(窮達) : 곤궁과 영달. 높은 벼슬에 올라 직접 임금을 모시지 못함을 이름
 
현대어 풀이
때때로 머리를 들어 임금님이 계신 곳을 바라보며 시국을 근심하는 늙은이의 눈물을 변방의 하늘 아래 떨구노라. 우리나라의 문물이 중국의 한나라, 당나라, 송나라에 뒤떨어지랴마는, 나라의 운수가 불행하여 왜적의 흉악한 꾀에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수치를 안고서 그 백분의 일도 아직 씻어 버리지 못했거든, 이 몸이 보잘 것 없지만 남의 신하가 되어서 직분이 비록 미천하여 임금을 직접 모시지 못하고 늙었다 한들, 나라를 걱정하는 충성스런 마음이야 어느 시각인들 잊었을 것인가?
 
 
慷慨(강개) 계운 壯氣(장기)老當益壯(노당익장) 다마, 됴고마이 몸이 病中(병중)에 드러시니, 雪憤伸寃(설분 신원)이 어려울  건마, 그러나 死諸葛(사제갈)生仲達(생중달)을 멀리 좃고, 발 업슨 孫臏(손빈)龐涓(방연)을 잡아거든, 믈며 이 몸은 手足(수족)자잇고 命脈(명맥)이 이어시니, 鼠竊狗偸(서절 구투)을 저그나 저흘소냐. 飛船(비선)려드러 先鋒(선봉)을 거치면, 九十月(구시월) 霜風(상풍)落葉(낙엽)가치 헤치리라. 七縱七擒(칠종칠금)을 우린것가.
 
구절 풀이
* 계운 : 못 이기는 * 노당익장(老當益壯) : 늙으면서 더욱 씩씩함 * 됴고마: 조그마한, 보잘 것 없는 * 설분신원(雪憤伸寃) : 분함을 씻고 원한을 풀어 버림 * 사제갈(死諸葛)~ 멀리 좃고 :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쫓은 삼국지의 고사를 인용 * 사제갈(死諸葛) : 죽은 제갈공명 * 생중달(生仲達) : 산 사마중달(사마의) * 발 업 ~ 잡아거든 : 방연이 친구인 손빈의 재주를 시기하여 손빈(손자)의 발을 잘랐으나, 뒤에 방연이 손빈에게 잡혀 죽었다는 고사를 인용 * 손빈(孫臏) : 중국 전국 시대의 병법가 * 방연(龐涓) : 손빈의 친구 * 믈며 이 몸은 ~ 이어시니 : 손빈과 비교해 수족이 갖추어 있고, 제갈공명과 비교해 목숨이 살아 있으니 * 자 잇고 : 갖추어 있고 * 서절구투(鼠竊狗偸) : 쥐나 개와 같은 도적. 곧 왜구 * 칠종칠금(七縱七擒) : 제갈공명이 남만의 왕 맹획을 일곱 번 사로잡았다가 일곱 번 놓아 준 일
 
현대어 풀이
비분강개함을 못 이기는 씩씩한 기운은 늙을수록 더욱 장하다마는, 보잘 것 없는 이 몸이 병중에 들었으니 분함을 씻고 원한을 풀어 버리기가 어려울 듯하지만, 그러나, 죽은 제갈량이 살아 있는 사마의를 멀리 쫓았고, 발이 없는 손빈이 방연을 잡았는데, 하물며 이 몸은 손과 발이 온전하고 목숨이 살아 있으니 쥐나 개와 같은 왜적을 조금이나마 두려워하겠는가? 나는 듯이 빠른 배에 달려들어 선봉을 휘몰아치면 구시월 서릿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왜적들을 쓸어내리라. 칠종칠금을 우리라고 못할 것인가?
 
 
蠢彼島夷(준피도이)들아, 수이 乞降(걸항). 降者不殺(항자 불살)이니 너를 구殲滅(섬멸). 吾王(오왕) 聖德(성덕)欲幷生(욕병생)시니라. 太平天下(태평 천하)堯舜君民(요순 군민) 되야 이셔, 日月光華(일월 광화)朝復朝(조부조)얏거든, 戰船(전선) 던 우리 몸도 漁舟(어주)唱晩(창만), 秋月春風(추월 춘풍)에 놉히 베고 누어 이셔, 聖代(성대) 海不揚波(해불 양파)다시 보려 노라.
 
구절 풀이
* 준피도이(蠢彼島夷) : 꾸물거리는 저 섬나라 오랑캐. 곧 왜적 * 수이 : 빨리, 쉽게 * 항자불살(降者不殺) : 항복한 자는 죽이지 않는다는 전장에서의 규칙 * 욕병생(欲幷生) : 함께 살고자 함 * 요순군민(堯舜君民) : 태평성대의 백성 * 일월광화(日月光華) : 해와 달의 빛. , 임금의 성덕 * 조부조(朝復朝) : 아침에 이어 다시 아침, 즉 날마다 * 어주(漁舟) : 고기잡이 배 * 창만(唱晩) : 저녁 무렵에 고깃배를 타고 돌아오며 노래함 * 해불양파(海不揚波) : 바다에 파도가 일어나지 않음. , 태평성대
 
현대어 풀이
꾸물거리는 저 섬나라 오랑캐들아, 빨리 항복하여라. 항복한 자는 죽이지 않는 법이니, 너희들을 구태여 모두 죽이랴? 우리 임금 성스러운 덕이 너희와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시느니라. 태평천하에 요순시대의 순박한 백성이 되어, 일월과 같은 임금님의 성덕이 매일 아침마다 밝게 비치니, 전선(戰船)을 타던 우리들도 고깃배에서 저녁 무렵을 노래하고, 가을달 봄바람에 베개를 높이 베고 누워서 태평성대의 평화로움을 다시 누리려 하노라.
 
핵심 정리
표현: 인용법, 대구법, 은유법
주제: 전쟁의 참화를 넘어 태평성대를 구가하고 싶은 마음.
의의: ‘태평사(太平詞)’와 함께 전쟁가사의 대표작. 감상에 흐르지 않고 민족의 정기와 무인의 기개를 읊었다.
기타: 표현상 예스러운 한자 성어와 고사가 지나치게 많다. 왜적에 대한 적개심은 그럴 만하나 모화사상(慕華思想)이 나타나는 점이 흠이다.
 
박인로(朴仁老 1561-1642)
조선 시대 무신. () 덕옹(德翁). ()는 노계(蘆溪). 또는 무하옹(無何翁). 1592(선조 25) 임진왜란 때 의병장 정세아(鄭世雅)의 막하에서 별시위(別侍衛)가 되어 무공을 세우고 수군절도사(水軍節度使) 성윤문(成允文)의 발탁으로 종군, 1598년 왜군(倭軍)이 퇴각하자 사졸(士卒)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가사(歌辭) <태평사(太平詞)>를 지었다. 이듬해 무과에 급제하여 수문장(守門將선전관을 지내고 이어 조라포수군만호(助羅浦水軍萬戶)로 군비(軍備)를 증강하는 한편 선정(善政)을 베풀어 선정비가 세워졌다. 후에 벼슬을 사직하고 독서와 시작(詩作)에 전념하였다. 그의 작품에는 안빈낙도하는 도학사상, 우국지정이 넘치는 충효 사상, 산수 명승을 즐기는 자연애 사상 등이 잘 나타나 있다. 송강과 함께 가사 문학의 양대 산맥으로 일컬어지며, 가사 7편과 오륜가등 시조 72수가 <노계집(蘆溪集)>에 전한다.
 
해설
이 작품을 창작한 1605년은 임진왜란이 끝난 지 7년밖에 지나지 않은 때로서 처참했던 전쟁에 대한 쓰라림과 왜적에 대한 강한 적개심이 조선인 전체의 일반적인 정서로 자리잡고 있었던 시기이다. 이 작품은 정세아(鄭世雅) 휘하의 의병으로 또 성윤문 막하의 수군으로 왜군과의 항전에 직접 참여했던 작자가, 왜적에 대한 비분강개와 평화에 대한 염원을 노래한 전쟁 가사로서, <태평사(太平詞)>와 더불어 중요한 전쟁 문학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임진왜란의 참상과 굴욕을 넘어 이를 초극하려는 의지와 우국충정의 의지, 아울러 우리의 자신감과 우월감을 바탕으로 하는 평화 애호의 정서를 함께 표현하고 있다.
조선 전기의 가사가 개인적 서정이나 사상을 관념적으로 다룬 데 반해, 이 작품은 전쟁의 시련에 처한 민족 전체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국가적, 민족적 의지의 표현에도 적합한 양식임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한문투의 수식이 많고 직서적인 표현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유감이지만, 격화된 적개심에 매몰되어 속된 감정에 흐르지 않고 적을 위압하고 선도하여 함께 평화의 경지로 나아가자고 역설하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반응형